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

처음 클래식을 접하게 된 계기는 좀 단순했다. 음악을 듣기는 들어야겠는데 유행하는 노래를 따라잡기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. 쇼팽쯤 되는 낭만음악이면 가요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, 한 번 알아두면 오래갈 테니 경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.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 하면 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 영화에는 워낙 취미가 없기 때문에 이런 걸 좀 알아두면 비교우위로 쓰일 수 있지 않을까 하는 계산도 약간은 있었다.

그래서 클래식을 가르쳐주는 교양 수업을 듣고, 음악회를 보러 다니면서 한 곡, 두 곡씩 알아가기 시작했다. 그 무렵 좋아하던 곡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 4악장이었다. 가방에 씨디플레이어를 넣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기숙사 뒷길을 걸었다. 나뭇잎은 신록예찬의 한 장면이었을 법한 기분 좋은 녹색이었고, 바람도 기분 좋은 녹색이었다. 

나무와 바람과, 내가 좋아하던 음악.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.

분명히 좋았지만, 순간 이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.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. 물론 그 옷의 품질에 대해선 왈가왈부할 필요가 없고, 디자이너의 이름값까지 가지고 있다.

이런 이유 때문에 클래식을 듣긴 들으면서도 뭔가 채워지지 못한 느낌 때문에 다른 음악을 찾는 것 같다. 대안을 찾는 시도도 해보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.

예술가는 끊임없이 나를 찾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.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듣는 과정을 통해 가끔씩은 나를 찾아보고 싶다.

by 룰루랄라 | 2008/07/02 14:02 | 음악이것저것 | 트랙백 | 덧글(4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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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Adelaide at 2008/07/06 17:19
언니 블로그 이웃중에 오케스트라 파트 별 시간당 단가 따지는 분이 또 계셔서 좀 웃겼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게 다 비슷하구나 싶더라구요.ㅋㅋㅋ

p.s


집들이때, 뭐 사갔으면 하는 거 있으세요? 전 혼자 살림인데도 휴지를 정말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휴지사갈까요? :)

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/07/11 18:46
아 근데 그거 내가 생각한게 아니고 음악사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었어 ㅋㅋ
Commented by Audi at 2008/07/07 00:34
드디어 집들이 하시나봐요! 음식은 느타리에 상추 겉절이, 계란밥에다가 기냥 후식으론 밥통 케이크에 보온병 요구르트까지~!!! ㅎㅎㅎ 담날은 과식으로 인한 전복죽-_-;; ㅋㅋ 어떠세요!

제 경우는 한때 롹(뷁~~!!)이나 힙합(A~)에 흠뻑 빠졌던 이유가 주변 혹은 여자-_- 때문이었어요. 듣다보니까 왜 처음 이걸 듣게 됐는지 모호해지다가 결국 결론은 후까시-_-더라구요;;
그래도 룰루랄라님은 저보단 건전한^^;; 취미에 정을 붙이셨으니까 맘을 꽉 채워줄 좋은 음악 만나시기 바랍니다. :)
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/07/11 18:47
ㅋㅋㅋㅋㅋ 메뉴 너무 웃겨요 ㅠㅠ 근데 약속 깨졌어요 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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